[기사] "제대로 가르치면 연극영화과 입시야 자연스레 해결되죠"김영봉 TH액팅아카데미 예술감독 인터뷰

페이지 정보

작성자 관리자 작성일14-05-21 15:24 조회3,355회 댓글0건

첨부파일

본문

http://thumb.mt.co.kr/06/2013/11/2013111413254932682_1.jpg
김영봉 TH액팅아카데미 예술감독. /사진=정도원 기자


"입시학원이라 불리고 싶지 않습니다. TH액팅아카데미는 예술인을 길러내는 시스템의 일부입니다."

12일 서울 강동구 둔촌동 TH액팅아카데미에서 만난 김영봉 예술감독은 "원장이란 말도 어색하다"며 '감독'이라 호칭해달라고 했다. 김 감독은 국립극장에서 20년간 무대감독으로 재직한, 우리 공연계의 거장. 그런 그가 '액팅 아카데미'를 세우고 연극영화과 입시설명회를 하면서도 스스로는 '원장'이라 불리고 싶어하지 않고 심지어 '입시학원' '연기학원'이라는 명칭마저 거부감을 드러내는 이유는 뭘까.

◇"아티스트로서 평생을 함께 할 사람을 길러내는 것"

김영봉 감독은 '입시학원'이라는 단어에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에 대해 "단순히 대학을 들여보내는 것에서 끝내는 것이 아니다"며 "대학을, 연극영화과를 나온 뒤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서 공감대를 가지고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을 길러내고 싶은 것"이라고 표현했다.

김 감독은 "기존의 연기학원이 '입시학원'이 되면서 아이들을 입시의 틀에 맞춰 찍어낸다"고 아쉬워했다. 그는 "여기 모인 사람들도 공연계의 각 분야에서 다 정상에 오른 사람들"이라며 "동대(동국대 연극영화과)는 어떻게 하면 된다, 중대(중앙대 연극영화과)는 어떻게 하면 된다 그런 것을 왜 모르겠느냐"고 반문했다. 그렇게 할 수도 있지만 좀 더 본질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. 

http://thumb.mt.co.kr/06/2013/11/2013111413254932682_2.jpg
 김영봉 TH액팅아카데미 예술감독. /사진=정도원 기자



◇"내면의 잠재력만 끌어내면 세계적인 연기자도 나올 법한데…"

김영봉 감독이 TH액팅아카데미를 강동구 둔촌동에 설립한 이유도 독특하다. 그는 "여기서 조금만 나가면 하남"이라며 "땅이 있는데, 수강생들이 텃밭 가꾸기 체험을 하는 게 커리큘럼에 있다"고 귀띔했다. 액팅 아카데미와 텃밭 가꾸기. 얼핏 무슨 관계인지 와닿지 않는다는 표정이 김 감독에게 포착된 듯 했다. 그는 "감수성이 풍부한 청소년기에 자신의 내면에 있는 연기의 잠재력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자연 속에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"고 목소리를 높였다.

김 감독은 "요즘 연기를 지망하는 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교육을 잘 받아서 피아노도 칠 줄 알고 그림도 그릴 줄 알고 무용도 할 줄 알더라"며 "서구 아이들처럼 외형적으로도 늘씬하고, 옛날보다 훨씬 갖춰졌다"고 말했다. 문제는 내면적인 부분에서 발전이 없다는 것. 김 감독은 "발전이 없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퇴보했다"고 잘라말했다. "외형적으로 너무 잘 갖춰져 있어 내면의 잠재력만 끌어내면 세계적인 연기자가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…"라며 혀를 차는 모습에서는 단순히 '꼰대'스러운 '요즘 아이들'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연기자, 공연계의 선배로서 진심어린 안타까움이 느껴졌다.

TH액팅아카데미가 시설, 기자재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쓴 것도 같은 맥락이다. 김 감독은 "조명도 마찬가지"라며 "느껴야 한다. 내가 말로 설명할 문제가 아니다"고 강조했다. 배우가 되려고 대본을 쫙 외웠다면 가정용 전기를 쓰는 형광등 밑에서가 아니라 조명, 무대용 스포트라이트가 내리비추는 곳에서 대사를 쳐봐야 한다는 것. 김 감독은 "감수성이 풍부한 청소년기에 스스로 느끼는 차이는 엄청나다"며 "다만 한전을 통해 전기 증설을 했는데 전기세가 많이 나온다"고 웃었다.


http://thumb.mt.co.kr/06/2013/11/2013111413254932682_3.jpg
 김영봉 TH액팅아카데미 예술감독. /사진=정도원 기자


◇"제대로 가르치면 대학은, 입시는 자연히 해결"

예술인을 길러낸다. 아티스트로서 평생을 함께 할 수 있는 후배를 양성한다. 좋은 취지이지만 당장 아이들의 눈앞에는 연극영화과 대학 입시가 놓여 있다. 발등에 떨어진 불 앞에서 먼 미래를 논할 수 있을까. 김영봉 감독은 "연극영화과 입시라는 게 연기의 본질적인 부분과 완전히 동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"라고 강조했다. 그는 "제대로 가르치면 당연히 (대학에) 갈 수 있는 것"이라며 "청소년기의 감수성을 죽여가며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"라고 덧붙였다.

대학은 훌륭한 연기자, 공연인이 될 사람을 뽑으려 하는 것이므로 결국 그 기저에는 일맥상통하는 코드가 존재한다는 것. 김 감독은 "예술의 동반자이자 선배로서 우리가 하려는 방식으로 아이들이 대학에 못 갈 수도 있다고 하면 우리도 절대 이렇게 못한다"며 "아이들의 인생이 걸린 문제 아니냐"고 반문했다. 바꿔 말하면 김 감독 그리고 TH액팅아카데미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생각하는 방식으로 해도 잘 될 수 있기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다.

◇"입시설명회 통해 자신의 목표 분명히 할 수 있었으면"

TH액팅아카데미는 오는 16일과 30일, 두 차례에 걸쳐 연극영화과 입시설명회를 개최할 예정이다. 16일 오후 1시에는 중앙대·세종대·국민대 연극영화과 교수가 참석한 가운데 연극영화과 실기고사 전형에 대한 입시정보를 제공하고 설명한다. 30일에는 동국대·한양대·서울예대 교수가 참석한다.

김영봉 감독은 "나도 고등학교 때 연극반을 하며 연극에 미치지 않았더라면 역설적으로 그렇게 공부를 열심히 하지 못했을 것"이라며 "당시 25대1까지 치솟은 연극영화과 입시를 뚫기 위해 정말 열심히 공부했었다"고 회상했다. 김 감독은 "목표가 분명히 정해지면 공부도 자연스레 열심히 하게 된다"며 "입시설명회와 TH액팅아카데미를 통해 연기자를 지망하는 많은 학생들이 자신의 꿈과 목표를 분명히 하고, 자신의 내면과 본질을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"고 심정을 토로했다.

곁에서 김영봉 감독과의 인터뷰를 지켜보던 이근표 부원장은 "'연기학원'이라고 하면 누구나 알아듣고 일이 간단한데 굳이 '액팅아카데미'라는 명칭을 썼다"며 "명백히 차별화되는데 똑같은 명칭을 쓸 수 없기 때문"이라고 설명했다. 하지만 '입시를 넘어 공연계의 후학을 길러낸다' '찍어내는 것이 아닌, 내면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것을 추구한다'는 이들의 가치관이 대세가 되면, 그 때는 누구나 '액팅아카데미'라고 해야 알아듣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.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. 

  • 페이스북으로 보내기
  • 트위터로 보내기
  • 구글플러스로 보내기

댓글목록

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.